공동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개별적 과실상계 가능여부
공동불법행위책임의 범위
⑴ 판례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의 의미에 대하여 객관적 공동설, 즉 공모나 공동의 인식은 불필요하고 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공동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이로써 공동불법행위 성립 가능성은 확대된다.
⑵ 그리고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책임의 범위에 관한 판례의 원칙적 입장은 ‘① 손해 전부 책임의 원칙, ② 개별적 기여도 감액을 통한 책임제한의 원칙적 부정, ③ 개별적 과실상계의 부정’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즉, ①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② 공동불법행위책임에 있어서 가해자 중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한 경우라도, 원칙적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 그리고 ③ 공동불법행위책임에 대한 과실상계에 있어서 피해자의 각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다른 경우에도 피해자 과실은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공동불법행위책임에서의 개별적 과실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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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원칙 (= 전체적 평가, 개별적 과실상계 불가)
①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피해자 과실의 가해자 전원에 대한 전체적 평가를 요구함으로써 개별적 과실상계를 부정하는 법리(이른바 ‘전체적 평가설’)를 대법원 1961. 7. 20. 선고 4293민상469 판결 이후 지속적으로 판시해 왔다.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6다55631 판결).
② 이러한 법리는 피해자가 공동불법행위자 중의 일부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즉, 이때에도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할 쌍방의 과실은 피해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 전원의 과실과 피해자의 공동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한 과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하고 공동불법행위자 간의 과실의 경중이나 구상권 행사의 가능 여부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다14423 판결).
③ 한편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34233 판결은 피해자가 비계공으로서 건물신축공사장에서 비계용 강관을 옮기다가 건물 주위의 고압선에 걸려 감전된 후 감전으로 인하여 입은 화상의 심한 통증과 감전된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정신장애가 겹쳐 투신자살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건설회사에 대하여는 55%, 한국전력공사에 대하여는 80%로 다르게 정하는 것이 정의․공평의 관념에 부합된다고 보았고,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을 수긍한 바 있다.
위 판결을 대법원이 공동불법행위에서 개별적 과실상계를 긍정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으나, 사안의 내용상 반드시 그와 같이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하는 견해도 유력하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것임을 명시하지 않았고(판시사항과 판결요지에만 ‘공동불법행위’가 언급되어 있다)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1. 8. 23. 선고 90나14744 판결)을 살펴보면 건설회사에 대하여는 사용자책임을, 한국전력공사는 직접의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후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가해자별로 개별적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판시하면서 이에 관하여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34233 판결은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음을 명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다4828 판결).
③ 결국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공동불법행위에 관하여 개별적 과실상계를 부정하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외 (=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자와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자가 병존하는 경우)
①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고의의 불법행위자와 과실의 불법행위자가 병존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개별적 과실상계가 가능할 수 있다.
②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다카637 판결, 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다30352 판결 등). 다만 이는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가능하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등).
③ 그리고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은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의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등).
불법행위책임과 특수불법행위책임 또는 법정배상책임이 병존하는 경우
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느 불법행위에 관하여 법률에 따라 특수불법행위책임 또는 법정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있는 경우 그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자와 과실상계를 달리할 수 있는 유형이 있다.
② 우선,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에 대하여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통상의 공동불법행위와는 달리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손해배상의무와 그 사용자의 손해배상의무는 별개의 채무라는 이유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관한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한 결과 피용자와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범위가 각기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3696 판결).
③ 법인 대표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법인의 손해배상책임(민법 제35조)에 관하여도 예외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신용금고의 대표이사가 고객들로부터 예탁 명목으로 교부받은 금원을 임의로 횡령한 행위가 고의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게 그 불법행위 내지 피해 발생에 과실이 있다면 과실상계의 법리에 좇아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1987. 11. 24. 선고 86다카1834 판결).
④ 중개보조원의 행위로 인한 중개업자의 책임[공인중개사법(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30조]에 대하여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개보조원이 업무상 행위로 거래당사자인 피해자에게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라 하더라도, 그 중개보조원을 고용하였을 뿐 이러한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아니한 중개업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과실상계의 법리에 좇아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22276 판결).
공동불법행위책임에서의 개별적 책임제한 가부
⑴ 대법원은 기존의 과실상계 법리만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경우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판례를 통하여 책임제한의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의 제한이 종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가령,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에서만 인정되므로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1987. 9. 8. 선고 86다카1045 판결 등). 또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다60467, 60474 판결 등).
⑵ 한편 최근에는 분식회계를 한 회사 및 임원,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책임비율을 달리 정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가 다수 있다. 즉, 원심이 분식회계를 한 회사의 책임비율을 40%로, 회계법인의 책임비율을 10%로 달리 정한 원심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하여 수긍한 사례가 있고[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16007 판결. 그 밖에 상고이유로 다투어지지 않았던 사건들을 포함하면, 회사와 회계법인의 책임을 달리 정한 원심을 수긍한 선례는 다수 있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다35742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834판결 등)] 회계법인의 책임비율을 회사나 임직원의 그것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각 파기환송한 사례도 발견된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다221517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다85172 판결 등).
⑶ 공동불법행위자들의 책임 범위를 다르게 정한 원심을 특별한 법리 판시 없이 수긍한 선례도 다수 존재한다. 가령, 투자상품을 판매한 증권회사와 자산운용을 한 회사의 투자자에 대한 책임비율을 달리 정한 원심을 유지한 사례(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다29649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1다29420 판결 등), 범죄자의 불법행위책임과 범죄를 방지할 경찰관의 직무집행상 과실에 기한 국가배상책임비율을 달리 정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3다20427 판결)도 발견된다.
⑷ 이처럼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책임에서도 사실상 개별적 책임제한을 용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관하여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법리를 판시한 것은 아니므로, 현재 대법원의 입장을 확언하기는 어렵다.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공동불법행위책임에 대한 과실상계를 할 때에는 피해자의 과실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다만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고의의 불법행위자와 과실의 불법행위자가 병존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개별적 과실상계가 이루어지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⑵ 한편 공동불법행위책임에 대하여 과실상계와는 달리 개별적으로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의 입장이 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 개별적 책임제한을 명시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공동불법행위에 의하지 않은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개별적 과실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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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관련 판례
⑴ 개별적 과실상계 관련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부진정연대책임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과실상계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법리를 선언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⑵ 개별적 책임제한 관련
㈎ 공동불법행위에 의하지 않은 부진정연대책임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법리를 선언한 대법원 판례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책임제한의 개별화가 가능함을 전제로 판단한 판례는 최근에도 존재했다.
㈏ 공통적으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상법 제399조에 따른 책임’이 문제되었는데, 이는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다236131 판결).
●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 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다236131 판결은 회사에 대한 ‘제3자의 계약이행책임’과 ‘이사들의 상법 제399조 채무불이행책임’이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사안에 관한 것이다. 즉, 甲 저축은행의 임원들이 미술품의 담보가치를 규정에 따라 제대로 평가하지 아니하고 이를 담보로 10억 원을 대출한 탓에 甲 저축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대법원은 ‘대출명의자의 甲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 잔액 채무’와 ‘이사들이 甲 저축은행에 대하여 적정 담보를 취득하였더라면 회수할 수 있었을 미회수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채무’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대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의 책임을 미회수 대출원리금의 20%로 제한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②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은 회사에 대한 ‘이사들의 상법 제399조 채무불이행책임’이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사안에 관한 것이다. 즉, 주식회사의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의 기부를 결의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가한 사안이다. 원심은 발의와 결의를 주도한 이사 중 1인에게는 20%의, 나머지 이사들에게는 10%의 책임을 인정하였는데,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였다. 보다 이전 선례를 살펴보면, 대법원 2012다82220 판결 역시 마찬가지 구조 사건에서 책임 범위를 개별화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에 기하지 않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도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으나, 책임제한을 통한 책임 범위의 개별화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는 아니지만 부진정연대채무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과실상계를 할 때 반드시 채권자의 과실을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16747, 16754 판결(= 개별적 과실상계 긍정)>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부진정연대책임의 경우 채권자의 과실에 관해서는 채무자 전원에 대한 전체적 평가가 아닌 개별적 평가를 통해 개별적으로 과실상계를 함으로써 각 채무자의 책임 범위를 달리 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으로, 법원이 피해자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비율이 서로 다르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한쪽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다른 쪽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부진정연대채무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까지 과실상계를 할 때 반드시 채권자의 과실을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